밀림북 : 명문의학서적이 새로운 이름 밀림북으로 바뀌었습니다.(구,명문의학서적) 30년간의 노하우! 밀림북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이 책은 선천 골기형 중 한 부분인 골이형성증bone dysplasia의 방사선학적 아틀라스이다. 골이형성증 하면 대부분의 의사들은 희귀한 질환으로 임상에서 만나기도 어렵고 치료법도 없는 질환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도 선천 골기형에 대해 포기하지 않고 정확한 병명이라도 알고자 하는 부모들이 많아져 임상에서도 이 질환을 접할 기회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 더구나 산전 초음파검사가 활발히 이용되어 치사형 골이형성증의 산전 진단율이 높아지게 됨에 따라 이 질환이 드물지는 않다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골이형성증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대부분의 방사선과 전문의들조차 "골이형성증 증례 사진들을 보면 다 똑같아 보인다"라고 자주 이야기하며, 저자들 또한 그 점에 수긍한다. 그러나 모든 질환의 방사선학적 진단이 그러하듯이 골이형성증 또한 경험, 즉 관심을 가지고 자주 눈에 익히다 보면 그 나름대로 진단을 할 수 있는 소견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따라서 골이형성증을 진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보다 관심을 가지고 방사선소견을 눈에 익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자 중 김옥화는 20여 년간 골이형성증에 대한 학문적 관심으로 하나씩 증례를 모으고, 동료 방사선과 의사들과 소아과, 유전학 선생님들의 방사선 사진에 대한 자문에 응하면서 점차 증례 수집의 양과 범위를 넓혀가게 되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어느 정도 모아진 증례들을 한국에서 꼭 출판해야겠다는 생각은 있었으나, 아직까지는 증례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 방사선과 전문의로서 골이형성증에 대해 다양한 증례 경험을 축적한 일본의 니시무라 겐西村玄을 골이형성증 학회에서 만나게 되었다. 그 후 저자들은 같은 분야에 학문적 관심을 갖고 있는 동료로서 증례를 교환하면서 한국에서 골이형성증에 관한 교과서를 쓸 계획을 논의하게 되었고, 오늘에 이르러 결실을 맺게 되었다.

이 교과서에서는 방사선학적 진단이 중요한 골이형성증의 특성상 아틀라스 형식을 취하여 사진에 중점을 두되 간략하게 각 질환을 소개하였다. 또한 유전자 변이에 대한 지식을 넓히기 위해 약 700여 종류 이상의 문헌을 검토하여 골이형성증과 관련해 알려진 장애유전자와 염색체에 대한 최신 지견을 실으려 노력했지만, 아직 미흡하고 많이 부족하다. 앞으로 유전학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골이형성증의 발병 근원인 유전자 변이와 분자생물학적 연구가 발달함에 따라 골이형성증의 유전자 변이가 더 많이 알려지게 될 것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분자생물학의 발달과 유전학 연구의 발전에 힘입어 새로운 골이형성증들이 속속 알려지게 되었다. 과거에는 단지 척추, 사지관상골의 이상만을 가지고 진단했으나, 증례가 늘어남에 따라 비슷한 방사선학적 이상 소견을 보여도 유전학적으로 다른 질환이거나 반대로 이상 소견이 달라도 유전학적으로 동종 유전자 변이에 의한 질환임을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골이형성증 진단의 발전은 팀워크의 결산이다. 방사선과학, 소아과학, 유전학, 분자생물학과 더불어 산전 초음파의 발달에 힘입어 태아의 발달과정을 초음파로 관찰하는 산부인과학에 걸친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전문가들이 이런 노력을 거듭하는 이유는, 희귀한 골이형성증이라고 포기할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진단함으로써 장애를 가진 환자들에게 발생하는 합병증을 조기에 예방하여 비록 장애가 있더라도 좀더 편안한 삶을 영위하도록 돕고, 부모들에게 유전적 상담을 통해 같은 골이형성증이 발생할 확률을 설명해주는 예후 판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교과서에 실린 골이형성증들은 많은 골이형성증 중 일부분이지만 우리나라와 또 같은 아시아권인 일본에서 발생한 골이형성증 증례들이므로 여기에 실린 골이형성증만이라도 숙지한다면 희귀하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이 질환을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끝으로 골이형성증이라는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어린이들, 태어나기 전에 사망한 태아들과 선천 장애아를 출산한 마음 아픈 기억을 가진 부모들에게 방사선과 전문의로서, 어린아이들을 사랑하는 한 의사로서 숙연한 마음을 가진다. 더불어 이 책이 골이형성증 진료에 임하는 모든 의사들이 선천 장애라는 제약을 가진 환자들에게 좀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저자들은 큰 보람을 느낄 것이다.

2004년 11월

김옥화 / 니시무라 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