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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 세균이라고 하면 먼저 생각나는 것은 장티푸스나 콜레라 같은 장염을 일으키는 세균이다. 이러한 전염성 세균에 의한 장 감염은 위생 환경의 개선과 예방 주사의 보급으로 비교적 드물게 되었고 의학 분야에서 장내 세균에 대한 관심은 멀어졌다.

사람의 몸에는 상주균이라고 하는 세균 군집이 존재하는 것을 오래전부터 알려졌으며, 특히 장내에 살고있는 세균총이 장기능과 건강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인간 게놈프로젝트의 성과에 의해 사람의 유전자 전모가 밝혀졌으나 오늘날 만연하고 있는 당뇨병이나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의 원인을 유전적으로 밝혀주지 못했다. 그러자 많은 과학자가 인체에 상주하는 세균에 눈을 돌려 기존에 개발된 분자생물학적 기법으로 세균총을 분석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장내에 살고 있는 혐기성 세균은 배양이 어려워 그 정체를 알기 어려웠으나 세균의 유전자 분석이 가능해지면서 다양한 질환의 발생과 진행에 장내 세균의 변화가 관여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장내 세균의 변화가 일으키는 질병으로 염증성 장질환은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러한 장질환뿐 아니라, 장내 세균이 생산하는 물질이 인체에 영향을 주어 비만이나 당뇨병뿐 아니라 동맥경화증이나 알레르기, 심지어 자폐증까지 일으킨다는 것이 알려졌다.

비만에서 장내 세균 변화가 있다는 논문을 보고 염증이 비만의 원인이라는 주장의 하나라고 가볍게 생각하여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으나, 이어서 장내 세균이 인슐린 저항성을 일으켜 혈당을 올리며, 최근 증가하고 있는 1형 당뇨병도 장내 세균과 관계된다는 논문을 읽으면서 장내 세균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했다. 이렇게 장내 세균에 관심을 두자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모든 만성질환이 장내 세균과 관계된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현재 원인이 불명하여 고식적 치료에 불과한 많은 질환에 근본적 대책이 가능한 길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질병을 일으키는 장내 세균에 대한 제어가 가능해지면 21세기 의료의 혁명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매주 발간되는 첨단 과학잡지 『Nature』나 『Science』에 장내 세균에 대한 논문이 빠지지 않는 것을 보면 의료에 장내 세균의 이용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장내 세균에 대한 접근에는 복잡한 기초 지식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며, 기초 성과를 임상에적용하려면 방대한 임상 지식이 필요하다. 장내 세균에 대한 최근의 경향을 임상과 기초 면에서 모두 해설한 좋은 참고서가 없어 이 소책자를 준비하게 되었다. 이 책이 우리나라에서 장내 세균 연구를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어 장내 세균 제어를 통한 의료의 발전을 기대한다.
2016년 11월
김 영 설, 최 영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