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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임상미생물학(Clinical Microbiology) 분야는 다루는 병원체에 따라 크게 세균학(Bacteriology),진균학(Mycology), 바이러스학(Virology), 기생충학(Parasitology)으로 구분된다. 이 중 진균(곰팡이)에 의한 감염 질환을 연구하는 학문이 임상진균학(Clinical/Medical Mycology)이며 최근에는 세균학 못지 않게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다. 진균은 자연계에 20만 종 이상이 존재하지만 실제 사람 감염을 유발하는 것은 대략 100~150여 종에 불과하다. 또한 대부분의 진균 감염증은 약 25종 정도의 소수 균종에 의하여 발생된다. 실제로도 임상 검체에서 분리되는 대부분의 진균들은 이 책에서 증례로 다루어지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진균은 하나의 생물에 대하여 완전세대와 불완전 세대에 근거하여 두 개 이상의 이름을 허용하는 복잡한 명명체계를 오랫동안 유지하여 왔다. 그러나 이는 많은 혼란을 초래하였고, 2011년도에 진균의 명명을 규정하는 규약이 International Code of Botanical Nomenclature (ICBN)에서 International Code of Nomenclature for algae, fungi and plants (ICN)으로 바뀌게 되면서 더 이상 진균의 이중명명을 허용하지 않고,하나의 균에 하나의 이름 체계, 즉 one fungus /one name tem으로 전환하였다. 그 이후는 one fungus/one name을 지향하고 있으나 아직은 과거의 이름이 함께 혼용되고 있는 과도기 상태이다. 이 책에서는 가급적 Index Fungorum, Mycobank와 같은 신뢰성 있는 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된 대표명의 사용을 원칙으로 하되, 과거에 흔히 사용되던 기존의 균명도 함께 제시하였다.
최근 의료환경에서는 진균에 의한 감염질환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면역력이 떨어지는 환자가 증가함에 따라 진균에 의한 감염도 함께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진균 감염의 위험군은 HIV 감염, 당뇨, 스테로이드 사용 등을 동반하는 전신쇠약 환자들이며, 그 밖의 위험요인은 외과적 수술이나 처치 그리고 세균 감염 예방을 위하여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항생제가 그 원인이다. 또한 이전에는 사람 감염이 매우 드물었던 비병원성균 또는 통상적으로 오염균으로 여겨지던 진균에 의한 감염도 자주 발생되고 있다. 특히 암환자나 장기이식 환자가 많은 대형병원에서는 더욱 많은 진균 감염증의 증례를 접하게 된다.
미생물검사실에서는 진균에 의한 감염증이 의심되면 신속하게 원인체를 분리하고 정확하게 동정(identification)해야 하는 역할이 있다. 근래에는 항진균제에 내성인 진균이 많아져서 항진균제 감수성을 시험하여 환자에게 투여할 약제선택을 돕는 일이 또 다른 중요한 업무가 되었다. 진균에 의한 감염증도 다른 감염질환과 마찬가지로 신속한 진단과 치료가 환자의 예후를 크게 좌우한다. 따라서 진균 감염증의 원인체를 신속하게 검출하여 정확히 보고하는 검사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임상진균학이 경험이 매우 중요한 학문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검사실에서는 진단 경험이 부족하였고 따라서 그동안 접하지 못하였던 증례를 진단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 책은 저자들이 대형병원의 미생물검사실에서 20년 이상 근무하면서 실제로 겪었던 증례들을 바탕으로 기술한 임상 진균학 증례집이다. 각 증례마다 간단히 환자의 병력과 임상소견을 기술한 후 검사실에
서의 진단 과정을 중심으로 기술하였다. 증례의 임상소견에는 환자의 병력과 더불어 환부 사진이나 영상 자료 등을 포함하였다. 진단 과정은 실제 저자들이 검사실에서 경험하고 분리하였던 진균의 집락과 현미경 사진들을 중심으로 기술하였다. 또한 진균 사진과 더불어 자세한 모식도를 그려서 독자들의 이해가 쉽도록 하였다. 따라서 이 책의 제목은 국문으로 <눈으로 보는 임상진균학>이라고 지었고 영문으로는 라고 지었는데 그 의미는 동일하다고 생각된다.
이 책의 내용은 비교적 형식에 구애받지 않았고 가능한 한 쉽게 기술하여 독자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읽으면서도 임상진균학의 여러 증례들을 접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일상적인 의학 용어는 영어로만 기술하기도 하였고 번역이 어려운 영어 단어나 용어들은 굳이 국문으로 옮기지도 않았다. 책의 형식도 기존의 진균학 서적처럼 모든 균종을 순서대로 나열하고 장황하게 기술한 것이 아니라 실제 국내 의료 환경에서 벌어지는 진균 감염증을 기술하였고 국내의 역학이나 자료 등이 포함되도록 하였다. 또한 이 책은 저자들이 경험한 증례 위주로 기술되었기에 진균학의 모든 균종들을 다루지는 않았다. 예를 들면 두형태 진균(dimorphic fungi) 중에서는 저자들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균주를 분리하였던 Blastomyces dermatitidis(분아균증) 증례와 국내에서 처음으로 감염을 보고하였던Talaromyces (Penicillium) marneffei 증례 등이 포함되었으나, 반면에 국내에서는 토착보고가 없었으며 저자들이 경험하지 못하였던 Histoplasma capsulatum, Coccidioides immitis, Paracoccidioides brasiliensis 등은 기술되지 않았다. 피부사상균(dermatophytes) 의 경우는 현실적으로 임상 검체에서 분리되는 진균의 95% 이상이 Trichophyton spp.임을 고려하였다. 한편 Nocardia spp.는 filamentous bacteria이지만 진균 검사실에서 종종 이 균종을 다루게 되므로 내용에 포함시켰다.
이 책은 임상의사, 임상병리나 진단검사의학 전공자, 미생물학 전공자들은 물론이거니와 임상에서 직접 환자를 대하는 의료인들 모두에게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며 저술하였다. 각각의 증례를 통하여 진균 감염증 환자에서 원인체를 분리, 동정하는 과정과 치료를 시행하는 과정을 실감하고 실제 응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초판을 기술하며 경험과 지식의 부족함을 많이 느꼈으며 독자들의 과감한 질타와 발전적인 의견을 부탁드린다. 바쁜 일상에도 함께 책을 집필해주신 허희재, 김현영, 이장호 선생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2015년 1월
저자대표 이남용
성균관의대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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