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유전자가 하나의 단백질을 만들고 하나의 단백질은 하나의 고유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단순한 사고가 팽배했던 시대가 있었다. 따라서 생명체의 복잡성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수십만 개의 유전자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러나 인간 유전체 사업은 우리 인간이 단지 25,000여 개의 유전자만을 가지고 있으며 유전자변형 동물들의 표현형은 하나의 단백질이 여러 기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즉 세포 수준에서 이루어졌던 단백질 기능 연구는 이제 생명체 또는 우리 몸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전일적(hollistic) 연구가 필요하게 되었다.

20세기 후반, 아주 짧은 기간 동안 생리학은 점점 기울어져 가는 학문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유전자변형 동물 모델과 인간 유전체 사업의 성공으로 생리학은 이제 전일적 관점을 제공하는 새로운 학문으로 거듭 태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인간으로서의 ꡐ나ꡑ가 사회적으로 여러 역할이 있듯이 단백질 역시 몸의 여러 부분에서 다양한 역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사회적 ꡐ나ꡑ가 자식(또는 부모), 학생(또는 선생), 선배(또는 후배나 동료), 남자(또는 여자) 등의 여러 역할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하나의 단백질 역시 여러 역할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단백질의 역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제 세포학적 수준에서 연구가 아닌 우리 몸 전체, 즉 전일적 수준에서의 연구가 필요하게 되었다.

사회적인 ꡐ내ꡑ가 홀로 존재하지 않듯이 하나의 단백질 역시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의 단백질은 장소에 따라서, 시간에 따라서, 상황에 따라서 서로 다른 동료와 상호작용하여 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따라서 단백질들 간의 역동적 상호작용을 이해하기 위해서 또한 우리 몸 전체, 즉 전일적 수준에서의 연구를 진행하여야 한다.

현재 전일적 생물학(systems biology)이라고 불리는 최첨단 분야는 우리 몸 전체에 대한 연구이기 때문에 당연히 생리학은 최첨단 분야가 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생리학은 이러한 학문적 요구에 따라서 전일적인 관점으로 재편성되어야 하는데 이 책은 이러한 요구에 맞춰 통합적 관점에서 기술하고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학생들에게 우리 몸에 대한 통합적 사고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다양한 비유와 예를 들면서 어렵고 딱딱한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가고 있기 때문에 생물학의 기초지식을 가지고 있는 학부생들에게 가장 적합한 교과서이다. 한 주제에 대해서 최신의 주요한 지식까지 다루고 있어 대학원 과정의 교과서로서도 손색이 없다. 또한 임상적 적용의 여러 예를 다루면서 동시에 각 과에서 주제와 관련이 있는 한 가지 병에 대한 연속적인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고 있어서 의대생을 위한 교재로도 훌륭하다.

옮긴이 대표 고 영 규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대학